'한계 사업' 손떼는 LG화학, 3대 성장동력 올인

입력 2023-08-23 18:33   수정 2023-08-31 16:10


LG화학이 범용성 석유화학사업을 대거 재편하는 이유는 악화한 석유화학 제품 시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회사 측은 내년까지 업황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수익성 회복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대규모 증설을 마친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이 범용성 제품 생산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LG화학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SKC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공통된 고민이다.
○여수·대산 공장도 사업 재편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이를 기반으로 한 편광판 등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용 필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사업의 매출 규모는 연간 수천억원이지만 지난해까지는 가전업체 등 수요처가 안정적인 ‘알짜 사업’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생산량 확대로 인해 패널용 소재 산업에서 경쟁이 심화하며 ‘계륵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스페셜 필름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계속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전남 여수공장, 충남 서산 대산공장 등 전국 각지에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6월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구조 개혁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이후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여수공장에선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직원을 전환 배치하고, 인수 희망 기업을 찾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가 1년 넘게 손익분기점(t당 300달러)을 밑돌며 적자를 면치 못한 탓이다. 나프타설비는 석유화학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파장을 불러왔다. 대산공장에선 지난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철거에 들어가 올 5월 작업을 완료했다. 회사는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PBAT)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10개 라인을 단계적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추가로 저수익 사업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등 미래사업 강화
LG화학의 중추인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손실은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연간 1조~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021년엔 코로나19 특수로 회사에 4조원 이상의 이익을 안겨준 사업부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635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의 석유화학 사업부문 평균 가동률은 2021년 91.9%에서 지난해 81.4%로 낮아졌고 올 상반기엔 76.0%로 뚝 떨어졌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확대로 현지 시장의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어 업황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중국 내 자급률은 2015년 78%에서 2023년 90%로 높아졌다. 자국 수요를 대부분 자체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엔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의 자급률이 100%를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국가별 수출에서 중국은 38.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LG화학이 집중 육성하는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부문이다. 2019년 영업이익은 144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1조원 가까운 이익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로 이익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미래 성장성을 확보한 분야다.

LG화학은 사업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해 △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배터리 소재의 매출은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양극재 대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데 글로벌 기업 판매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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